[ 칼럼 ] 로봇 수술의 함정 : 당신의 수술비 보험은 ‘ 테슬라 사이버캡 ’ 을 감당할 수 있는가
[칼럼] 로봇 수술의 함정 : 당신의 수술비 보험은 ‘테슬라 사이버캡’을 감당할 수 있는가
글 : W에셋 이건호
"지금도 병원에서 다빈치 로봇 수술을 받으면 수술비 보험금이 잘만 나오는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입니까?"
최근 필자가 ‘다가올 완전 자율형 로봇 의사의 시대에는 기존의 수술비 특약이 전부 휴지조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을 때, 한 설계사가 던진 반문이다. 십분 이해한다. 당장 눈앞의 약관 지침서와 이번 달 실적 마감에 급급한 이들의 시야에는 병원에 널리 보급된 다빈치(Da Vinci) 기기만 보일 테니까.
하지만 나는 단호하게 팩트 폭력을 날려주고 싶다. 그들이 말하는 다빈치 로봇과 내가 예견하는 미래의 인공지능 수술 로봇은 근본적인 태생부터 다르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설계사에게 당신의 미래 자본을 맡기는 것은, 섶을 지고 불나방처럼 타오르는 화력발전소로 뛰어드는 격이다. 나는 비록 스마트폰 화면을 보이스오버(VoiceOver)로 읽어내고 계약서 서명을 위해 활동지원사 선생님의 손을 빌려야 하는 시각장애인이지만, 10년 뒤 대한민국 의료법과 보험 약관이 충돌할 거대한 빙산은 누구보다 선명하게 보고 있다.
그 빙산의 실체를 가장 직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비유가 바로 '자율주행 자동차'다.
1. 다빈치 로봇은 ‘초고가 젓가락’일 뿐이다 (반자율주행의 시대)
현재 보험사들이 다빈치 로봇 수술에 대해 군말 없이 수술비 특약을 지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빈치가 스스로 판단하고 수술을 집도했기 때문이 아니다.
다빈치 로봇은 의사의 손떨림을 잡아주고 미세한 조작을 돕는 '초고도화된 도구'에 불과하다. 의사가 콘솔에 앉아 조이스틱과 페달을 조작하지 않으면, 다빈치 로봇의 팔은 단 1mm도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다.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운전자가 핸들을 잡고 있을 때 차선 이탈을 막아주는 '반자율주행(차선 유지 보조 장치)'과 완벽히 같다.
보험 약관에서 규정하는 수술의 정의는 명확하다. "대한민국 의료법 제2조에 따른 면허를 가진 '의료인'이 기구를 사용하여 생체에 조작을 가하는 것." 다빈치 수술은 철저하게 '면허를 가진 사람(의사)'이 주체가 되어 기구를 조종한 행위이므로, 약관의 테두리 안에서 안전하게 보호받고 보험금이 지급되는 것이다. 설계사들이 "지금도 로봇 수술 보장 잘 됩니다"라고 앵무새처럼 떠드는 것은, 결국 수술의 주체가 아직은 '인간'이라는 점을 간과한 1차원적인 시각이다.
2. 테슬라 사이버캡의 등장과 '주체'의 전환 (완전 자율주행의 시대)
그렇다면 일론 머스크가 호언장담한 '인간을 능가하는 옵티머스 휴머노이드 의사'가 등장하는 미래는 어떨까? 이것은 테슬라가 최근 공개한 '사이버캡(Cybercab)'을 떠올리면 완벽하게 이해된다.
사이버캡 내부에는 운전대(스티어링 휠)도, 엑셀이나 브레이크 페달도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의 개입을 원천적으로 배제한 채, 인공지능이 100% 자율로 목적지까지 주행한다. 미래의 수술실도 이와 같다. 인간 의사가 콘솔에 앉아 조이스틱을 쥐는 것이 아니라, AI를 탑재한 로봇이 환자를 스캔한 뒤 스스로 판단하여 직접 메스를 들고 병변을 절개하고 봉합한다. 수술실에 인간 의사는 아예 들어오지 않는다.
자, 여기서 보험의 치명적인 모순이 발생한다. 운전대 없는 사이버캡이 주행 중 사고를 내면, 그 책임은 운전자가 아닌 제조사(AI)에게 넘어간다. 주체가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완전 자율형 옵티머스 로봇이 수술을 집도하는 순간, 그 행위의 주체는 '의료인'에서 '기계 장치'로 완벽하게 치환된다.
3. 당신의 수술비 보험금은 어떻게 거절당하는가
당신이 몸속에 종양이 생겨 옵티머스 로봇에게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완벽한 수술을 받았다고 가정해 보자.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하루 만에 퇴원한 당신은, 그동안 매달 꼬박꼬박 납부해 온 수술비 특약 보험금을 청구한다.
며칠 뒤, 당신은 보험사 보상과로부터 이런 안내장을 받게 될 것이다.
"고객님, 해당 수술을 집도한 인공지능 로봇(옵티머스)은 대한민국 의료법상 의사 면허증을 교부받은 '의료인'이 아닙니다. 따라서 당사 약관에서 규정하는 '의사가 주체가 된 수술'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안타깝게도 수술비 지급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환자의 몸은 완벽하게 치료되었지만, 수술을 집도한 자가 '면허를 가진 인간'이 아니라는 텍스트 한 줄 때문에 당신의 자본은 증발해 버린다. 보험사는 결코 자선단체가 아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수술 건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생존율이 100%에 수렴하는 시대가 오면, 보험사는 기존 약관의 글자 하나하나를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며 합법적인 지급 거절의 명분을 찾아낼 것이다. 그리고 '수술의 주체' 논란은 보험사 입장에서 가장 완벽한 방어막이 된다.
"보험사가 로봇 수술도 보장해주게끔 약관을 바꿔주지 않겠냐"는 순진한 기대는 접어두는 것이 좋다. 새로운 약관이 도입되더라도 그것은 '앞으로 가입할 비싼 신상품'에만 적용될 뿐, 당신이 지금 가입해 둔 과거의 증권까지 소급 적용하여 구제해 줄 보험사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4. 보장탈출속도를 돌파할 유일한 자본 : 진단비와 해약환급금
의료 기술의 발전이 낡은 보험 약관의 한계를 완전히 추월해 버리는 기점, 나는 이를 '보장탈출속도(Guarantee Escape Velocity)'라 칭한다. 사이버캡 같은 자율 로봇 수술이 상용화되고 나노봇이 혈관을 누비는 시대는 이미 우리의 턱밑까지 다가왔다.
이 무서운 속도의 시대에, 우리는 어떤 방패를 들어야 하는가? 해답은 명료하다. 치료의 방식(메스냐 레이저냐, 사람이냐 로봇이냐)에 따라 지급이 결정되는 자잘한 특약들은 과감하게 도려내야 한다. 그 대신, 질병이 발생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 무조건적인 자본을 투하해 주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첫째, 3대 진단비(암, 뇌, 심장)다. 진단비는 진단서에 질병 분류 코드(C코드 등)가 찍히는 순간 약속된 목돈을 지급한다. 당신이 그 돈으로 인간 의사에게 가든, 옵티머스 로봇에게 사이버캡식 수술을 받든, 식약처 허가를 받지 않은 오프라벨 신약을 투여하든 보험사는 용도를 묻지 못한다. 규제와 약관의 간섭을 받지 않는 완벽한 자유 자본이다.
둘째, 단기납 종신보험을 통한 강력한 해약환급금의 확보다. 내가 현장에서 수많은 고객의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며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이다. 수술비나 입원비처럼 매달 허공으로 사라지는 소멸성 특약에 돈을 뿌리지 마라. 그 재원을 응축시켜 짧은 기간 내에 원금을 넘어서는 확정적인 해약환급금을 세팅해 두어야 한다. 훗날 약관이 전혀 보장하지 못하는 기상천외한 신개념 치료법이 등장했을 때, 내 의지대로 즉시 허물어 현찰로 융통할 수 있는 환급금이야말로 어떤 의료법 변화에도 무너지지 않는 가장 강력한 사적 안전망이다.
비장애인 설계사들은 화려한 브로셔를 들이밀며 오늘의 보장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나는 보이지 않는 눈 대신, 벼려진 직관과 날카로운 이성으로 20년 뒤 당신의 병상 앞에 펼쳐질 참혹한 약관의 모순을 경고한다.
테슬라의 사이버캡은 이미 운전대를 없앴다. 곧 병원 수술실에서도 인간의 메스가 사라질 것이다. 낡은 약관의 굴레에 묶인 채 수술비 몇백만 원에 집착할 것인가, 아니면 진단비와 해약환급금이라는 절대적 유동성으로 무장하여 의료 특이점의 시대를 당당하게 통과할 것인가.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