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사람끼리만 사랑해야 할까?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만남을 상상한다
[칼럼] 완벽한 사람끼리만 사랑해야 할까?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만남을 상상한다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결혼정보회사와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이 있다. 그런데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우리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면서 너무 ‘좋은 조건’만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직업은 무엇인지, 연봉은 얼마인지,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 집은 있는지, 외모는 어떤지. 더 좋은 조건을 가진 사람과 더 좋은 조건을 가진 사람을 연결하는 것이 어느새 당연한 공식처럼 되어버렸다.
하지만 세상에는 처음부터 좋은 조건을 가지고 출발하지 못한 사람도 많다.
장애 때문에 연애와 결혼의 기회를 얻기 어려웠던 사람이 있다. 아이를 혼자 키우면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기 어려워진 한부모도 있다. 이혼이나 사별이라는 아픔을 경험한 사람도 있고, 보육원이나 보호시설에서 성장해 든든한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사람도 있다. 탈북 과정과 정착 과정에서 남들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도 있다.
나는 이런 사람들이 서로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이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
처음에는 장애인과 미혼 한부모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생각했다.
장애인 중에는 가정을 만들고 싶어도 만남의 기회 자체가 많지 않은 사람이 있다. 반대로 아이를 혼자 키우는 사람 역시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새로운 연애나 결혼을 시작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서로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여기서 내가 말하는 것은 누군가가 누군가를 구제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장애인을 받아줄 테니 너는 내 아이를 받아줘.”
이런 거래를 하자는 것도 아니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해’다.
살면서 한 번쯤 남들과 다른 어려움을 경험해본 사람은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조금 다를 수 있다.
내가 도움을 받아야 하는 부분에서는 네가 나를 도와주고, 네가 힘든 부분에서는 내가 네 곁에 있어주는 것.
나는 오히려 그런 관계가 상당히 인간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장애인을 중심으로 시작하더라도 범위를 조금씩 넓혀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혼모와 미혼부를 비롯한 한부모, 자녀가 있는 돌싱, 배우자를 먼저 떠나보낸 사별자, 자립준비청년, 보육원이나 보호시설에서 성장한 사람, 탈북민 등이다.
이들에게는 서로 다른 이야기가 있다.
누군가에게는 장애가 있고, 누군가에게는 혼자 키우고 있는 아이가 있다. 누군가는 부모라는 울타리 없이 성장했고, 누군가는 사랑했던 배우자를 먼저 떠나보냈다. 또 누군가는 자신이 태어나고 성장했던 사회를 떠나 완전히 새로운 곳에서 삶을 다시 시작했다.
나는 이것을 사람의 ‘결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편의상 핸디캡이나 부족한 부분이라고 표현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 때문에 사람의 가치가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무엇을 가지고 있지 않은지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무엇을 채워줄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그래서 기존 결혼정보회사와는 평가 기준부터 다른 플랫폼을 상상해본다.
연봉과 학력과 재산을 A등급, B등급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삶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나는 자녀가 있는 사람과 가정을 꾸릴 수 있다.’
‘나는 장애가 있는 배우자와 함께 살아갈 수 있다.’
‘상대방에게 부모나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없어도 상관없다.’
‘나는 상대방의 아이도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양육할 준비가 되어 있다.’
‘나 역시 어려움을 경험했기에 상대방의 과거를 함부로 평가하지 않겠다.’
이런 질문들이 오히려 중요한 매칭 기준이 되는 것이다.
특히 나는 비슷한 어려움을 경험한 사람들이 만날 수 있도록 해주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 모든 사람이 반드시 어려움을 겪어봐야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비슷한 외로움이나 좌절, 편견을 경험해본 두 사람이 만났을 때 서로에게서 느끼는 공감에는 분명 특별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너는 왜 그것도 못해?”가 아니라 “나도 비슷한 일을 겪어봤어.”
그 한마디에서 관계가 시작될 수도 있다.
이 플랫폼의 목적은 불쌍한 사람끼리 짝을 지어주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정반대다.
기존의 만남 시장에서 자신의 조건 하나 때문에 제대로 된 만남의 기회조차 얻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다시 선택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장애가 있다고 사랑할 마음까지 장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를 혼자 키우고 있다고 다시 사랑할 자격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보육원에서 성장했다고 좋은 배우자나 좋은 부모가 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탈북민이라고 대한민국에서 새로운 가정을 만들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이혼했다고 사랑이 끝나는 것도 아니고, 사별했다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해서는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런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기에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더 잘 아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나는 앞으로 우리 사회의 복지가 단순히 돈을 지급하는 것을 넘어 이런 영역까지 확장되었으면 좋겠다.
장애인에게 연금을 지급하고, 한부모에게 양육비를 지원하고, 자립준비청년에게 자립수당을 지급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돈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누군가와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사랑하고, 함께 살고, 가정을 만드는 것도 삶의 중요한 부분이다.
복지가 사람의 생존을 돕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행복하게 살아갈 기회까지 넓혀주는 것이라면, 연애와 가족 형성 역시 한 번쯤 정책적으로 고민해볼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완벽한 사람 두 명이 만나야만 행복한 가정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조금 부족한 두 사람이 만나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하나씩 채워주면서 더 단단한 가족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내가 힘든 날에는 네가 내 손을 잡아주고, 네가 무너지는 날에는 내가 네 옆을 지켜주는 것.
어쩌면 가족이라는 것은 애초부터 그런 것이 아닐까.
조건을 맞추는 만남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이해하는 만남.
상처를 숨겨야 선택받을 수 있는 만남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말하고도 사랑받을 수 있는 만남.
나는 그런 만남을 만들어주는 새로운 플랫폼이 대한민국에 하나쯤 생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언젠가는 누군가의 부족함이 결혼시장에서 탈락시키는 조건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와 서로를 이해하게 만드는 연결점이 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장애인연애 #장애인결혼 #한부모 #미혼모 #미혼부 #돌싱 #사별 #자립준비청년 #탈북민 #가족형성 #결혼정보 #인연플랫폼 #장애인복지 #가족복지 #사회적기업 #포용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