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북한의 ‘인민경제 12개 고지’를 보험판에 옮겨봤다, 금융전략사령관 이건호의 ‘보험전선 12대 고지’
[칼럼] 북한의 ‘인민경제 12개 고지’를 보험판에 옮겨봤다
금융전략사령관 이건호의 ‘보험전선 12대 고지’
글 : 이건호 (금융전략사령관 / 금융 아키텍트)
최근 북한 드라마 《백학벌의 새봄》을 보다가 꽤 재미있는 표현 하나를 발견했다.
“알곡고지를 승리적으로 점령하였다.”
처음 들었을 때는 웃음부터 나왔다.
쌀농사를 지었는데 왜 갑자기 ‘고지’를 점령했다는 것인가.
그런데 북한의 경제 용어를 살펴보면 이 표현에는 나름의 체계가 있다.
북한은 경제발전 과정에서 반드시 달성해야 할 핵심 생산목표를 ‘12개 중요고지’로 설정했다.
알곡, 전력, 석탄, 압연강재, 유색금속, 질소비료, 시멘트, 통나무, 천, 수산물, 살림집, 철도화물수송이다.
여기서 ‘고지’란 실제 산이나 언덕이 아니다.
전쟁에서 반드시 점령해야 하는 전략적 목표처럼, 국가가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경제목표를 ‘고지’라고 표현한 것이다.
특히 첫 번째인 알곡고지는 주민의 먹는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다른 경제목표 달성에도 영향을 미치는 핵심 목표로 강조된다.
나는 여기서 엉뚱한 생각이 하나 들었다.
“이걸 보험판에 그대로 대입하면 어떨까?”
생각보다 놀랍도록 잘 맞았다.
보험설계사에게도 매달 수많은 목표가 주어진다.
신계약 실적이 있고, 13회차 유지율이 있고, 25회차 유지율이 있다.
완전판매도 중요하고, 보험금 청구도 중요하다.
고객관리와 소개계약, 장기적인 완납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그렇다면 보험업계 역시 단순히 ‘이번 달 얼마 팔았느냐’만 평가할 것이 아니라 반드시 점령하고 사수해야 할 12개의 중요고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북한의 ‘인민경제 12개 중요고지’를 패러디해 ‘금융전략사령관 이건호의 보험전선 12대 고지’를 만들어봤다.
제1고지 : 13회차 유지율고지
보험전선의 ‘알곡고지’
나는 신계약이 아니라 13회차 유지율을 제1고지로 선정하고 싶다.
보험판의 지배적 고지는 바로 이것이다.
보험은 많이 파는 것보다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월 보험료 100만 원짜리 계약을 체결했다고 생각해보자.
당장은 엄청난 실적이다.
지점에서도 박수를 받을 것이고 설계사의 월 실적표에도 굵직한 숫자가 찍힐 것이다.
하지만 고객의 경제력을 고려하지 않은 계약이었다면 몇 달 지나지 않아 보험료가 부담되기 시작한다.
결국 계약은 실효되거나 해지된다.
그렇다면 그 신계약을 과연 ‘승리’라고 부를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신계약은 고지를 점령하는 것이고, 유지율은 점령한 고지를 사수하는 것이다.
따라서 보험전선의 제1고지는 신계약이 아니라 13회차 유지율고지다.
제2고지 : 25회차 유지율고지
13회차 고지를 점령했다고 전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다음에는 더욱 높은 25회차 유지율고지가 기다리고 있다.
보험설계사의 진짜 실력은 청약서에 고객의 서명을 받는 순간이 아니라 어쩌면 2년 뒤에 드러난다.
고객의 소득에 적절한 보험료였는가.
과도한 특약을 넣지는 않았는가.
고객의 상황이 변했을 때 계약을 다시 조정해주었는가.
판매할 때만 고객을 찾고 이후에는 연락조차 하지 않는다면 장기적인 유지율을 기대하기 어렵다.
13회차가 고지점령이라면 25회차부터는 본격적인 고지사수전이다.
제3고지 : 완납고지
보험계약의 최종 승리고지
보험에서 가장 과소평가되는 단어가 하나 있다.
완납이다.
보험을 가입할 때는 모두 20년납, 30년납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질문은 잘 하지 않는다.
“이 고객이 정말 20년 동안 이 보험료를 낼 수 있는가?”
20년납 보험을 가입시켜놓고 3년 뒤 고객이 보험료 부담 때문에 해지한다면 20년짜리 보장설계는 아무 의미가 없다.
따라서 보험설계의 목표는 가입 자체가 아니라 완납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신계약이 작전의 시작이라면 완납은 최종 승리고지다.
제4고지 : 신계약고지
공격전의 시작
물론 신계약도 중요하다.
새로운 고객이 없다면 아무리 훌륭한 보험철학을 가지고 있어도 현실에서 구현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신계약을 제1고지가 아닌 제4고지 정도에 배치하고 싶다.
왜냐하면 지금의 보험업계는 지나치게 신계약이라는 하나의 숫자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달 월납 얼마 했어?”
“몇 건 했어?”
“이번 달 실적 얼마 찍었어?”
하지만 신계약은 승리가 아니다.
장기전의 시작이다.
계약서에 서명받은 순간부터 설계사의 책임이 시작된다.
제5고지 : 보장분석고지
전투에 앞선 정찰작전
전쟁에서 지도를 보지 않고 병력을 투입하는 지휘관은 없다.
보험도 마찬가지다.
고객이 기존에 어떤 보험을 가지고 있는지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새로운 상품부터 권한다면 그것은 설계가 아니라 돌격이다.
중복된 보장은 무엇인가.
부족한 보장은 무엇인가.
고객의 소득은 얼마인가.
월 보험료를 어느 정도까지 감당할 수 있는가.
이것부터 파악해야 한다.
보장분석은 보험전선의 정찰작전이다.
제6고지 : 핵심보장고지
한정된 화력을 집중하라
보험료라는 자원은 무한하지 않다.
따라서 모든 위험에 똑같이 돈을 투입할 수 없다.
큰 경제적 충격을 가져올 수 있는 위험과 상대적으로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을 구분해야 한다.
그리고 한정된 보험료를 어디에 집중할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특약의 개수가 많다고 반드시 좋은 보험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필요한 곳에 필요한 보장이 제대로 배치되어 있는가다.
전략에서 중요한 것은 병력의 숫자가 아니라 화력의 집중이다.
보험도 마찬가지다.
제7고지 : 환급금고지
금융전략예비대를 구축하라
보험을 바라볼 때 보장만 볼 필요는 없다.
상품에 따라 장기적인 해약환급금과 현금가치 역시 중요한 판단요소가 될 수 있다.
물론 해약환급금은 상품과 경과기간에 따라 달라지며, 특히 조기에 해지하면 납입보험료보다 적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
나는 이런 장기적인 현금가치를 ‘금융전략예비대’라고 표현하고 싶다.
전쟁에서도 모든 병력을 최전선에 투입하지 않는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예비대를 남겨놓는다.
금융 역시 하나의 시나리오에 모든 것을 걸어서는 안 된다.
제8고지 : 보험금청구고지
고객보위전
보험설계사의 존재가 가장 필요한 순간은 언제일까?
나는 계약하는 날보다 고객에게 사고가 발생한 날이라고 생각한다.
가입할 때는 하루에도 몇 번씩 연락하던 설계사가 보험금 청구 순간 사라진다면 그동안 외쳤던 고객관리는 무엇이었을까.
고객에게 사고가 발생했을 때 필요한 청구 절차와 서류를 안내하고, 약관에 따라 정당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보험설계사의 중요한 역할이다.
나는 이것을 ‘고객보위전’이라고 부르고 싶다.
제9고지 : 완전판매고지
보험전선의 방어선을 구축하라
보험은 잘 파는 것만큼 제대로 파는 것이 중요하다.
고지의무.
면책사항.
감액기간.
갱신 여부.
납입기간.
해약환급금 구조.
고객이 알아야 할 내용을 정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판매 당시에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이것이 장기적으로 고객과 설계사를 동시에 보호한다.
완전판매는 규제를 피하기 위한 절차가 아니라 보험전선의 방어선이다.
제10고지 : 고객신뢰고지
가장 강력한 철옹성
보험상품은 계속 바뀐다.
보험회사도 바뀐다.
제도도 바뀐다.
하지만 한번 제대로 형성된 신뢰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몇 년이 지난 뒤에도 고객이 전화를 걸어
“이 보험 한번 봐주세요.”
라고 이야기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설계사가 만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자산이다.
고객신뢰고지는 한 달 실적으로 점령할 수 없다.
오랜 시간 행동을 통해 조금씩 구축해야 하는 철옹성이다.
제11고지 : 소개고지
전선을 확대하라
고객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면 어느 순간 광고보다 강력한 것이 생긴다.
소개다.
“내가 아는 설계사 있는데 한번 만나봐.”
이 한마디에는 어떤 광고비로도 쉽게 살 수 없는 신뢰가 들어 있다.
따라서 소개고지는 억지로 점령하는 고지가 아니다.
앞선 고지들을 제대로 점령하고 사수했을 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전선 확대의 결과다.
제12고지 : 고객의 금융독립고지
보험전선의 최종 전략목표
마지막 고지는 조금 의외일 수 있다.
나는 좋은 보험설계사의 최종 목표가 고객을 설계사에게 계속 의존시키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고객 스스로 자신의 보험을 이해해야 한다.
왜 이 보험에 가입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을 보장받는지 알아야 한다.
보험료가 자신의 소득에 적절한지도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필요 없는 상품을 권유받았을 때는 당당하게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즉, 고객이 스스로 자신의 금융방어선을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좋은 설계사는 고객을 붙잡아두는 사람이 아니라 고객을 강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그래서 보험전선 12대 고지의 마지막은 또 다른 신계약이 아니다.
고객의 금융독립이다.
보험판에도 ‘12대 고지’가 필요하다
보험업계에서 신계약 실적은 너무나 쉽게 숫자로 측정된다.
하지만 유지율과 고객의 만족도, 완납 가능성, 보험금 청구 지원, 장기적인 신뢰는 신계약만큼 화려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보험판의 12대 고지를 이렇게 정의하고 싶다.
13회차 유지율은 알곡고지다.
25회차 유지율은 장기 방어선이다.
신계약은 공격전이다.
완납은 최종 승리고지다.
보험금 청구는 고객보위전이다.
고객신뢰는 철옹성이다.
소개는 전선 확대다.
그리고 마지막 금융독립고지는 우리가 이 모든 일을 하는 이유다.
신계약 실적이 아무리 높아도 유지율이 무너진다면 과연 승리한 조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많이 판매했지만 고객이 자신이 무엇을 가입했는지도 모른다면 그것을 성공적인 금융서비스라고 부를 수 있을까.
보험설계사의 진짜 성과는 계약을 체결한 그날이 아니라 수년 뒤 그 계약과 고객의 삶이 어떻게 남아 있는가로 평가해야 한다.
그래서 금융전략사령부의 결론은 간단하다.
보험전선의 제1고지는 판매가 아니다.
유지다.
그리고 마지막 고지는 더 많은 판매가 아니다.
고객의 금융독립이다.
언젠가 연말 결산에서 나도 한번 이렇게 외쳐보고 싶다.
“금년도 13회차 유지율고지와 25회차 유지율고지를 승리적으로 점령하였으며, 완납고지와 고객신뢰고지를 확고히 사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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