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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전엔 보완, 사고 후엔 무효: 보험사의 이중 플레이

보험 카르텔 파괴자 2026. 1. 30. 22:53

보험업계의 ‘자필서명 대필’ 꼼수, 여전하다… 법은 무효인데 “보완”으로 소비자 떠넘기기
보험 계약 체결 과정에서 피보험자의 자필서명이 누락되거나 설계사가 대필한 경우, 해당 계약은 상법 제731조 제1항에 따라 원천 무효라는 대법원 판례가 1989년부터 2020년대까지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음에도, 일부 보험사와 설계사들은 여전히 “추가 서명으로 보완 가능” “본사 확인서 받으면 문제없다”는 식의 안내로 소비자를 안심시키고 있다. 정상적인 보험 청구조차 ‘적정 입원일수’ 등을 이유로 지급을 깎아먹는 업계 현실에서, 법적으로 무효인 계약에 대해 “확인서 한 장”으로 보험금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은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법 제731조 제1항은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는 보험계약 체결 시에 그 타인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강행규정으로 당사자 합의나 약관으로도 변경할 수 없다. 대법원은 1996다37084 판결(1996.11.22.)을 비롯해 2003다62125, 2006다69141, 2009다74007 등 수많은 판례에서 “피보험자의 서면 동의는 계약 체결 시까지 개별적·명시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포괄적·묵시적 동의나 사후 추인은 효력이 없다”고 명확히 판시했다. 운전자보험처럼 상해사망 담보(예: 3천만원)가 포함된 계약은 대부분 ‘타인 생명보험’에 해당해 이 규정이 그대로 적용된다.
실제 사례에서도 이 원칙이 확인된다. 최근 손해사정사 칼럼(보험신보, 2024.4.)에서는 “사망담보 계약에서 피보험자 자필서명이 없으면 무효가 원칙이며, 사후 보완이나 유지 의사 표시로도 추인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국소비자원 자료(20102013년 기준)와 최근 민원 사례에서도 피보험자 서면미동의 계약은 도덕적 위험(보험사기 등) 시 전액 거부, 일반 과실 시 2050% 감액 지급이 일반적이었다. 일부 보험사는 설계사 과실을 인정해 손해배상(보험업법 제102조)으로 보험금 상당액을 지급하지만, 계약자 과실을 이유로 삭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네이버 지식인 등 온라인 상담 커뮤니티에서 최근 등장한 사례는 전형적인 ‘보완 꼼수’ 유형이다.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다른 운전자보험에서 글씨체 불일치로 대필이 드러났고, 보험사는 “추가 사인하면 보완된다”고 안내했다. 20년 경력 설계사라는 답변자는 “본사에 확인서 달라”고 하면서도 채택·기부 유도까지 병행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민원 넣어도 결국 회사 말대로 따라야 하나” 하는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보험사가 시간 끌기와 소비자 떠넘기기를 반복한다는 점이다. 사고 발생 전에는 보험료를 정상 징수하고, 사고 시 “원래 무효” 주장으로 지급을 거부하거나 삭감하는 구조다. 정상 청구조차 깎아먹는 업계에서 법적으로 무효인 계약에 “확인서” 믿고 돈을 주겠다는 약속은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소비자에게 “무효는 무효”라는 원칙을 강조한다. 이미 납입한 보험료 전액 반환 청구(상법 제648조 원상회복) 후, 제대로 된 자필서명으로 재가입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설계사 대필이 확인되면 금융감독원 민원(국번 없이 1332)이나 보험분쟁조정위원회 신청을 통해 설계사 징계·수당 환수도 요구할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필서명 미이행은 불완전판매의 대표 사례이며, 최근에도 설계사 비위 적발 사례(2025년 기준 137건 중 대필 28건)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과 판례가 명확한데도 이런 꼼수가 횡행하는 한, 보험 신뢰도는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은 “확인서 한 장”에 목숨 걸지 말고, 법조항 한 줄(상법 731조)을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