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가입 전 이것 하나는 알고 가입합시다!
보험사 세미나장은 늘 활기차다. 최신 상품의 우수성을 설명하는 강사의 목소리는 자신감으로 가득하다. “우리 회사 암보험은 업계 최고 수준의 보장을 제공합니다”, “우리는 보험금 지급률이 높습니다”, “고객 만족도 1위를 달성했습니다.” 화려한 프레젠테이션과 함께 쏟아지는 자랑들. 하지만 그 어떤 세미나에서도, 그 어떤 상품 교육에서도 절대 듣지 못하는 이야기들이 있다.
침묵으로 일관하는 불편한 진실
보험사 강사들은 자사 상품의 보장 내용과 특약 구성, 세제 혜택에 대해서는 몇 시간이고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의료자문 남용에 대해서는, 부당한 소송 남발에 대해서는, 보험사기 고소 협박과 합의 회유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이런 것들은 상품 설명서 어디에도 나오지 않고, 약관 어디에도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실제 보험금 청구 현장에서는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들이다.
약관에 없는 ‘적정 입원일수’라는 칼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적정 입원일수’ 운운하며 이루어지는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이다. 고객이 아파서 입원하고, 의사가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입원 기간을 정했는데, 보험사는 몇 년이 지난 후 느닷없이 “당신은 너무 오래 입원했다”며 이미 지급한 보험금을 다시 내놓으라고 소송을 제기한다.
문제는 이 ‘적정 입원일수’라는 기준이 보험 약관 어디에도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보험 가입 당시 설계사도, 상품 안내서도, 약관도 “이 질병은 며칠까지만 입원해야 보험금을 드립니다”라고 말하지 않았다. 단지 “입원 시 1일당 얼마를 지급한다”고만 되어 있을 뿐이다.
그런데 보험금을 받은 지 2년, 3년이 지나 고객이 그 돈을 이미 치료비로 다 쓰고 일상으로 돌아간 후, 보험사는 자체 의료자문을 근거로 “의학적으로 적정한 입원 기간을 초과했다”며 수백만 원, 때로는 수천만 원을 다시 토해내라고 요구한다.
소송이라는 이름의 협박
더 가혹한 것은 이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회유와 협박이다. 보험사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동시에 제안한다. “소송 취하해 드릴 테니 보험을 해지하시죠.” 고객 입장에서는 황당한 상황이다. 자신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 아파서 입원했고, 의사가 필요하다고 한 기간만큼 입원했을 뿐이다. 그런데 갑자기 소송을 당하고, 해지를 종용받는다.
소송에 응전하려면 변호사 비용이 들고, 시간과 정신적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 특히 이미 건강이 좋지 않았던 고객에게는 더욱 큰 부담이다. 결국 많은 고객들이 억울함을 삼키고 해지를 선택하거나, 일부 금액을 반환하는 합의를 할 수밖에 없다.
보험사기 고소라는 공갈
일부 보험사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정당한 보험금 청구를 보험사기로 몰아 고소하겠다고 협박하는 것이다. 실제로 고소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고객이 여러 번 입원했거나, 보험금 청구 금액이 크거나, 여러 회사에 같은 보험이 가입되 있다는 이유만으로 “보험사기가 의심된다”며 수사기관에 고소장을 제출한다.
대부분의 경우 혐의 없음이나 무혐의로 종결되지만, 그 과정에서 고객이 겪는 수치심과 공포, 정신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아파서 병원에 갔다가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협박은 고객이 보험사의 부당한 처사에 맞서 싸우지 못하게 만드는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의료자문이라는 면죄부
보험사들은 이 모든 행위를 ‘의료자문’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포장한다. 외부 의사에게 자문을 구해 의학적으로 적정한 치료 여부를 판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많다.
실제 환자를 진료한 담당 의사의 판단은 무시하고, 환자를 한 번도 보지 않은 자문의가 서류만으로 “입원 기간이 과다하다”고 결론 내린다. 같은 케이스를 여러 자문의에게 보내 보험사에 유리한 의견을 채택하는 ‘쇼핑’이 이루어진다는 의혹도 끊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 모든 자문 과정은 불투명하다. 어떤 의사가, 어떤 기준으로, 어떤 자료를 검토해서 그런 결론을 내렸는지 고객은 제대로 알 수 없다.
그 어떤 보험사도 이렇게 말하지 않는다
만약 어떤 보험사가 상품 설명회에서 이렇게 말한다면 어떨까?
“우리 회사는 의료자문을 남용하지 않습니다. 고객이 정당하게 받은 보험금을 몇 년 후에 다시 뺏으려는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제기하지 않습니다. 약관에도 없는 ‘적정 입원일수’를 들�먹이며 고객을 괴롭히지 않습니다. 정당한 보험금 청구를 보험사기로 몰아 고소하거나 협박하지 않습니다. 소송 취하를 미끼로 해지를 종용하지 않습니다.”
만약 정말로 이런 말을 하는 보험사가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 회사가 최고라고 인정하겠다. 보장 금액이 조금 적어도, 보험료가 조금 비싸도, 그런 회사야말로 진짜 고객을 위하는 보험사일 테니까.
하지만 그런 회사는 없다
슬픈 현실은 그런 보험사가 없다는 것이다. 크든 작든, 국내사든 외국사든, 모든 보험사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비슷한 관행을 유지하고 있다. 상품 교육 강사들은 오늘도 자사 상품의 우수성을 홍보하지만, 정작 고객이 아파서 보험금을 청구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보험은 위험에 대비하는 상품이다. 하지만 정작 가장 큰 위험은 보험금을 받은 후 보험사로부터 당할 수 있는 부당한 대우일지도 모른다. 화려한 세미나장의 프레젠테이션이 아니라, 보험금 지급 거절 통지서와 소장이 날아왔을 때 보험사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그것이야말로 진짜 그 회사의 민낯이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상품 설명회의 달콤한 말에만 귀 기울여서는 안 된다. 보험사가 절대 하지 않는 그 이야기들, 그 불편한 진실들을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물어야 한다. “당신네 회사는 정당한 보험금 청구자를 어떻게 대우합니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이야말로 진짜 그 보험사의 가치를 보여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