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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필서명 강요는 장애인 차별이다 - 시각장애인 보험설계사의 외침

보험 카르텔 파괴자 2025. 12. 31. 23:03

자필서명 강요는 장애인 차별이다 - 시각장애인 보험설계사의 외침

꿈을 가로막는 불합리한 벽

나는 전맹 시각장애인 보험설계사다. 메리츠화재에서 한화생명 라이프맵 파트너스본부로 이직하기 위해 GA(General Agency)에서 위촉 절차를 진행하던 중, 황당한 벽에 부딪혔다. 바로 ‘자필서명’ 요구 때문이다.
서류에 자필로 서명하지 못하면 위촉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게 2025년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나는 왜 GA로 가려 했는가
시각장애인인 나는 일상에서 타인의 도움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도 누군가의 삶을 지켜줄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누군가의 삶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보험설계사가 되었다.
그런데 전속 설계사로는 한계가 있었다. 전속은 한 회사 상품만 판매할 수 있다. 고객에게 정말 필요한 보장이 다른 회사에 더 좋은 상품으로 있어도 권할 수가 없다.
그래서 GA로의 이직을 결심했다. 여러 회사 상품을 비교해서 고객에게 진짜 좋은 상품을 설계해주고 싶었다. 도움받는 사람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싶었다.
이것은 명백한 장애인 차별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쉬운 위촉 절차도 시각장애인인 나에게는 여러 장벽이 있다. 메리츠에 위촉할 때도 보이는 사람의 도움을 받아 전자서명으로 간신히 위촉했다.
그런데 GA, 특히 한화생명 라이프맵 파트너스본부는 서류를 출력해서 자필로 서명해야 한단다. 도장이나 손도장, 전자서명 등 얼마든지 대체 수단이 있다. 법적으로도 도장은 서명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 그런데 왜 굳이 자필서명만을 고집하는가?
이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다. 동법 제10조는 “사용자는 모집·채용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자필서명을 요구하는 것은 시각장애인에게 “당신은 이 일을 할 수 없다”고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다. 합리적인 대안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특정 방식만을 고집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다.
상법 731조가 만든 또 하나의 차별
더 큰 문제가 있다. 상법 제731조는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는 보험계약 체결 시에 그 타인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서면에 의한 동의’는 관행상 자필서명을 의미한다. 자필서명을 할 수 없는 시각장애인들은 아예 이 법 조항에서 배제된 것이다.
만약 이 때문에 보험사고 발생 시 보험회사에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하면? 손 쓸 도리가 없다. 설계사의 잘못도 아니고 계약자의 잘못도 아닌데, 이런 경우 분쟁이 생겼을 때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자필서명이 가능한 상황에서 설계사의 과실로 자필서명이 없으면 안 된다고 알려주지 않아 대필로 서명된 경우에는 설계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실제로 계약자가 승소해서 보험금을 받아낸 사례도 많다.
하지만 자필서명이 전혀 불가능한 전맹 시각장애인들은? 손 쓸 방법이 없다. 죄라면 맹인인 죄밖에 없다.
나는 이미 증명했다
메리츠화재에서 일할 때, 나는 [meap.meritzfire.com](http://meap.meritzfire.com)의 영업지원모바일 시스템을 활용했다. 아이폰의 보이스오버 기능으로 충분히 설계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매니저님이 처음 위촉후 이 링크를 알려주셨고, 나는 그것으로 업무를 성공적으로 해냈다.
손해보험 자격시험을 칠 때도 마찬가지였다. 손해보험협회에 전화해서 시험 편의 제공을 요청했고, 복지카드를 제출한 후 문항 낭독과 마킹 지원을 받아 합격했다. 남들보다 몇 배는 더 힘든 과정이었지만, 나는 해냈다.
나는 이미 증명했다. 전맹 시각장애인도 안마사가 아닌 보험설계사로 일할 수 있다는 것을.
시스템의 문제, 인식의 문제
문제는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기술은 이미 충분히 발전했다. 스크린리더, 음성인식, 모두싸인 전자서명 등 장애인도 얼마든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도구들이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자필서명’이라는 20세기적 관행에 갇혀, 능력 있는 인재의 길을 막고 있다. 이것은 보험업계의 손실이기도 하다.
장애인의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만들어진 낡은 규정들을 답습하는 것은, 결국 다양성을 배제하고 사회의 발전을 저해하는 일이다.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남들보다 힘들게 자격시험에 합격했다. 그만큼 이 일에 대한 열정과 의지가 강하다.
단지 ‘자필서명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꿈을 포기할 수는 없다. 이것은 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나와 같은 처지에 있거나 앞으로 이 길을 걸으려는 모든 장애인 설계사들의 문제다.
장애인차별금지법으로 GA 본사를 고발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 자필서명 강요는 무조건 뿌리 뽑고야 말겠다.
보험업계는, 그리고 우리 사회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장애는 개인의 한계가 아니라 사회가 만든 장벽이다. 그 장벽을 허물 때, 비로소 진정한 평등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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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실제 시각장애인 보험설계사인 필자가 겪은 부당한 차별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장애인의 직업 선택권을 보장하고, 합리적 편의 제공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며 이 글을 씁니다.

피보험자가 자필로 서명하지 않았다고 보험금 못받으신 분들 꼭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