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부지급과의 전쟁: 우리가 나약해서 돌파를 못하는 것이다
북한 영화 ‘72시간’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병사가 사단장에게 묻는다. “계속 이대로 공격하면 병사들만 희생됩니다. 가망이 없지 않습니까?” 그때 사단장이 답한다.
“동무 전쟁이 뭔지 알아? 공격하고, 좌절되고, 또 공격하고… 이게 전쟁이야. 지금은 적들이 강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나약해서 돌파를 못하는 거야.”
이 대사를 들으며 나는 지금 대한민국 보험 시장의 현실을 떠올렸다.
끝나지 않는 전쟁터
보험금 청구는 전쟁이다. 소비자들은 매달 보험료를 납입하며 ‘만약의 순간’을 대비한다. 그러나 정작 그 순간이 왔을 때,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보험금이 아니라 거절 통보서다. “약관 제X조에 의거하여 부지급합니다.” 냉정한 한 줄이 전부다.
설계사들도 다르지 않다. 실적 압박에 시달리고, 과도한 환수 요구에 무릎 꿇는다. 의료자문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한 보험금 지급마저 거부하라는 압력을 받는다. 그들은 소비자와 보험회사 사이에서 갈기갈기 찢긴다.
공격하고, 좌절되고, 또 공격한다. 소비자는 민원을 넣고, 금융감독원에 신고하고, 소송을 건다. 설계사는 본사에 항의하고, 협회에 호소하고, 결국 지쳐 떠난다. 이것이 오늘날 보험 시장의 현실이다.
적이 강한 게 아니라, 우리가 나약한 것이다
보험회사는 정말 그렇게 강한가? 아니다. 그들이 강한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우리가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혼자 싸운다. 설계사도 혼자 싸운다. 각자도생의 전장에서 그들은 고립된 병사에 불과하다. 보험회사는 그것을 안다. 그래서 개별 대응으로 일관한다. 한 명 한 명을 각개격파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역사는 증명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 유럽을 짓밟던 독일도 결국 무너졌다. 연합군이 단합했기 때문이다. 미국, 영국, 소련, 프랑스… 각자의 이해관계를 넘어 공동의 적에 맞섰을 때, 난공불락처럼 보이던 제3제국은 폐망했다.
연합하라, 그리고 승리하라
이제 우리도 연합해야 한다.
소비자와 설계사는 적이 아니다. 같은 전선에 선 동지다. 소비자는 설계사를 ‘보험회사 편’으로 오해하지 말아야 하고, 설계사는 소비자를 ‘까다로운 민원인’으로 치부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공동 목표는 하나다. 정당한 보험금을 받는 것, 그리고 떳떳하게 일하는 것.
단합된 목소리는 보험회사를 움직일 수 있다. 집단 민원, 공동 소송, 소비자-설계사 연대 행동… 이것이 바로 우리의 무기다. 언론과 시민단체, 금융당국까지 연합 전선에 끌어들여야 한다.
지금은 적들이 강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나약해서 돌파를 못하는 것이다.
이것은 전쟁이다
공격하고, 좌절되고, 또 공격하라. 포기하지 마라. 보험금 부지급 통보를 받았다면 재심사를 요구하라. 거절당했다면 금융감독원에 신고하라. 그래도 안 되면 소송하라. 설계사들이여, 부당한 환수 요구에 맞서라. 소비자들이여,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라.
독일도 무너졌다. 보험회사의 횡포도 반드시 끝낼 수 있다. 우리가 연합한다면.
전쟁은 계속된다. 그러나 승리는 단합한 자들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