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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호의 시사초점 ] 장애인에게 ‘ 일자리 ’ 만 주면 끝인가 — 전일제 고용이 범죄예방 정책이기도 한 이유

보험 카르텔 파괴자 2026. 9. 4. 08:10

[이건호의 시사초점] 장애인에게 ‘일자리’만 주면 끝인가 — 전일제 고용이 범죄예방 정책이기도 한 이유

최근 MBC 「PD수첩」에서 과거 취재했던 이른바 ‘통장팔이 청년들’에 관한 내용을 보다가 문득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돈이 절실한 청년에게 누군가 접근해 “통장을 넘기면 몇백만 원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거절해야 할 위험한 제안이다. 통장이나 체크카드 등을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가 보이스피싱과 같은 범죄에 이용되면 자신까지 심각한 법적·금융적 문제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여기에서 조금 다른 질문이 떠올랐다.

“장애인에게는 이런 유혹이 더 위험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이것은 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범죄를 많이 저지른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까지 내가 찾아본 자료에서도 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대포통장 매매에 더 많이 가담한다는 통계는 확인하기 어려웠다.

내가 궁금한 것은 범죄율이 아니라 ‘범죄의 유혹을 거절할 수 있는 경제적 선택권의 격차’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를 보면 등록장애인의 고용률 자체가 상당히 낮다. 취업하지 않은 장애인이 많을 뿐 아니라 취업한 장애인 사이에서도 근로시간과 임금, 고용형태에는 상당한 차이가 존재한다.

여기에서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있다.

국가는 장애인 한 명이 취업하면 그 사람을 ‘취업자’라고 기록한다.

그러나 하루 4시간을 일해 월 100만 원 안팎을 버는 사람과 하루 8시간 전일제로 일하면서 생활 가능한 수준의 월급을 받는 사람은 경제적으로 전혀 같은 위치에 있지 않다.

통계에서는 둘 다 ‘취업자 1명’일 수 있지만 삶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예를 들어 어떤 범죄조직이 “통장을 넘기면 200만 원을 주겠다”고 접근했다고 생각해보자.

월 300만 원을 버는 사람에게 200만 원도 물론 큰돈이다. 그러나 월 100만 원을 버는 사람에게 200만 원은 두 달 동안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다.

같은 200만 원이지만 그 돈이 주는 유혹의 크기는 같지 않을 수 있다.

더구나 비장애인은 현재 직장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아르바이트를 알아보거나 부업을 찾거나 직장을 옮기는 등 추가적인 소득활동을 시도할 수 있는 선택지가 상대적으로 많다.

하지만 장애인은 상황이 다를 수 있다.

접근 가능한 직장이 제한될 수 있고, 장애 특성 때문에 수행할 수 있는 직종이 제한되기도 하며, 업무를 수행할 능력이 있어도 회사의 시스템이나 전산 프로그램이 장애인에게 접근 가능하지 않아 일을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결국 문제는 단순한 월급 차이가 아니다.

돈이 필요할 때 합법적으로 돈을 더 벌 수 있는 선택지의 차이다.

나는 바로 이 지점 때문에 장애인 전일제 일자리를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장애인 전일제 확대는 주로 노동권이나 차별 문제로 이야기되어 왔다.

“왜 장애인은 하루 4시간짜리 일자리가 많은가.”

“왜 장애인에게도 하루 8시간 일할 기회를 충분히 주지 않는가.”

물론 이것만으로도 전일제 확대를 요구할 이유는 충분하다.

그러나 나는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하고 싶다.

장애인의 전일제 고용 확대는 경제적 안전망이며, 넓은 의미에서는 범죄예방 정책이기도 하다.

사람에게 범죄의 유혹을 거절하라고 말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처벌을 크게 써 붙이는 것만이 아니다.

그 사람이 범죄의 유혹을 거절해도 살아갈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통장을 팔지 마십시오.”

“체크카드를 빌려주지 마십시오.”

“휴대전화나 유심 명의를 넘기지 마십시오.”

당연히 필요한 교육이다.

그러나 국가의 질문이 여기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그런데 그 사람에게 당장 100만 원이 필요하다면 합법적으로 그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얼마나 있는가?”

이 질문까지 해야 한다.

특히 장애인 정책에서는 더욱 그렇다.

장애인에게 형식적인 일자리 하나를 제공해놓고 “취업했으니 됐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하루 몇 시간을 일하는지, 한 달에 얼마를 버는지, 그 소득으로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한지, 추가적인 소득활동을 원하는 경우 다른 일을 선택할 기회가 있는지까지 봐야 한다.

그래서 장애인 의무고용제도 역시 단순히 고용인원만 평가하는 방식에서 한 단계 발전할 필요가 있다.

나는 앞으로 장애인 고용정책의 중요한 지표에 전일제 고용 비율, 평균·중위 근로시간, 임금 수준, 장기근속률과 같은 ‘고용의 질’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업이 장애인 한 명을 하루 4시간 고용하는 것과 생활 가능한 임금을 지급하며 전일제로 고용하는 것을 정책적으로 똑같이 평가해서는 안 된다.

궁극적인 목표는 장애인 고용률 숫자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 자신의 노동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문제를 계기로 정부가 한 가지 조사도 해봤으면 한다.

장애인을 비롯한 경제적 취약계층이 대포통장·대포폰·대포유심 모집 제안을 얼마나 받고 있는지 조사하는 것이다.

장애유형, 고용상태, 월소득, 근로시간 등에 따라 이런 범죄 모집에 노출되는 정도가 달라지는지도 연구할 필요가 있다.

만약 차이가 없다면 그것 역시 중요한 연구 결과다.

그러나 지금처럼 조사조차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위험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위험을 측정해본 적이 없는 것인지조차 알기 어렵다.

나는 장애인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바라보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범죄조직이 사람의 가난과 절박함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사회가 먼저 경제적인 방어벽을 만들어주자는 것이다.

사람에게 200만 원짜리 불법적인 선택과 200만 원짜리 합법적인 선택이 동시에 존재한다면 굳이 인생을 걸고 전자를 선택할 이유는 훨씬 줄어든다.

그래서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일자리 하나’가 아니다.

일을 통해 생활할 수 있는 소득을 얻을 권리, 더 일하고 싶다면 더 일할 수 있는 기회, 돈이 필요할 때 범죄가 아닌 노동을 선택할 수 있는 경제적 선택권이다.

장애인 전일제 확대를 복지비용으로만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

그것은 노동정책이고, 소득정책이며, 자립정책이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가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범죄예방 정책이기도 하다.

“대포통장을 팔면 처벌받습니다”라고 경고하기 전에 한 번쯤 질문해보자.

그 사람에게 통장을 팔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는 선택지를 우리는 충분히 만들어주었는가.

장애인에게도 당당하게 일하고, 생활 가능한 소득을 벌고, 위험한 유혹 앞에서 “필요 없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경제적 힘을 주는 것.

나는 그것이 진정한 장애인 고용정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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