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혼모와 장애인을 이어주는 만남의 플랫폼이 생긴다면 어떨까
얼마 전 스레드에서 한 글을 보았다. 20대 중반의 여성이 임신했는데 이미 남자친구와 헤어진 상태이고, 혼자 아이를 낳아 키워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는 내용이었다. 댓글에는 “네 인생을 살아라”, “아이를 지우는 것이 낫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나는 이 이야기를 보면서 조금 다른 생각을 했다.
왜 우리 사회에는 ‘아이를 낳으면 혼자 키워야 한다’와 ‘그러니 임신을 중단한다’ 사이에 존재할 수 있는 수많은 선택지를 만들어주는 시스템이 부족할까?
물론 임신과 출산을 둘러싼 가치관은 사람마다 다르다. 나는 개인적으로 임신 가능성을 알고 피임하지 않은 관계를 선택했다면 그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생각해야 한다고 보는 편이다. 특히 아이를 낳아 키울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면 처음부터 임신 가능성을 최대한 피하는 것이 책임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누군가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예상하지 못한 임신이 이미 이루어졌다면 그다음부터 우리 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것이 두려운 사람에게 “그러니까 지워”라는 말만 하는 사회와 “낳아라. 그다음은 네가 알아서 해라”라고 말하는 사회는 사실 둘 다 너무 가혹하다.
나는 그 사이에 제3의 길이 훨씬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부모가 혼자서도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주거와 보육, 경제적 지원을 강화하는 것은 기본이다. 친부가 사라졌다고 해서 아이에 대한 책임까지 사라지지 않도록 양육비 이행제도 역시 더욱 강력하게 작동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 나는 조금 색다른 정책을 하나 제안해보고 싶다.
바로 장애인, 미혼 한부모, 이혼·사별자, 장기간 연애나 결혼의 기회를 얻지 못했던 사람들이 서로 만날 수 있도록 돕는 ‘공익형 인연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특히 장애인 중에는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고 싶어도 장애에 대한 편견 때문에 비장애인보다 만남의 기회를 얻기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반대로 아이를 혼자 키우는 미혼모나 미혼부 역시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새로운 연애와 재혼을 시작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그렇다면 서로에게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미혼모는 장애인과 결혼해야 한다”거나 “장애인이 미혼모를 책임져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 식이라면 오히려 양쪽 모두에게 또 다른 편견을 만드는 일이 된다.
내가 상상하는 플랫폼은 훨씬 자유로운 형태다.
장애인, 한부모, 이혼자, 사별자, 장기 미혼자 등 기존의 결혼·연애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만남의 기회가 부족했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가입한다. 그리고 처음부터 서로의 상황을 알고 만난다.
상대방에게 아이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장애가 있다는 것도 알고 만나는 것이다.
그 상태에서 성격과 가치관, 경제관념, 생활방식, 자녀에 대한 생각, 양육 의사 등을 확인하고 서로 마음에 들면 연애를 시작한다. 충분한 시간을 함께 보낸 뒤 정말 가족이 되고 싶다면 결혼할 수도 있다.
특히 자녀가 있는 사람을 만날 때는 단순히 그 사람만 사랑할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까지 자신의 가족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중요하게 살펴야 한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모든 사람을 직접 소개해줄 필요도 없다. 공익재단이나 사회적기업, 비영리단체 등이 운영하되 국가가 신원확인과 상담, 범죄 예방, 아동보호 등의 안전장치를 지원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국제결혼이라는 선택지가 존재하듯이 국내에서도 기존의 결혼정보회사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만남 플랫폼이 하나쯤 있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재산, 직업, 학벌, 외모를 점수화해서 비슷한 조건의 사람끼리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아이가 있는 사람과도 가정을 만들 수 있다’, ‘나는 장애가 있는 배우자와 살아가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 ‘나는 상대방의 아이도 함께 키울 의향이 있다’처럼 가족에 대한 가치관을 중심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이런 플랫폼이 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최소한 선택지는 하나 더 생긴다.
미혼모가 되었다고 해서 평생 혼자 살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장애가 있다고 해서 연애와 결혼을 포기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이혼했다고 해서 새로운 가족을 만들 수 없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이미 아이가 있다고 해서 누군가에게 사랑받을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의 저출생 정책을 보면 늘 “아이를 더 낳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출산지원금을 지급하고 각종 혜택을 만든다.
그렇다면 나는 반대로 묻고 싶다.
이미 태어난 아이와 이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사람에게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줄 기회를 넓히는 것 역시 저출생 시대의 가족정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가정을 만들고 싶지만 만남의 기회조차 충분히 얻지 못했던 장애인에게 새로운 만남의 통로를 만들어주는 것 역시 중요한 복지정책이 아닐까?
출산을 선택한 사람이 혼자가 될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아이를 데리고 있다는 이유로 새로운 사랑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처음부터 누군가의 연애·결혼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는 사회.
나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이를 더 낳으라고 말하기 전에, 이미 존재하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것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어쩌면 우리에게 부족했던 것은 출산지원금 몇십만 원이 아니라, 다시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하고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기회’였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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