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갑상선 전이암도 7천만 원 내놔라" 끊이지 않는 억지 소송전… 근본 원인은 보험사의 '유사암 20% 한도' 꼼수 설계?
이건호 | 2026. 08. 08
최근 갑상선암이 림프절로 전이된 환자들이 "일반암 진단금을 지급하라"며 보험사를 상대로 단체 소송을 불사하거나 금융감독원에 억지 민원을 쏟아내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약관상 '원발암(처음 발생한 암) 기준'으로 지급된다는 사실을 가입 당시 안내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생떼에 가까운 법적 분쟁을 이어가는 것이다.
이러한 소모적인 분쟁이 끊이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은 소비자의 탐욕 이전에, 보험업계가 만들어 놓은 기형적인 '진단비 차등 지급 구조'에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1. 극단적인 진단비 절벽: "7천만 원 vs 7백만 원"
현재 대부분의 보험 상품은 일반암 진단비를 100%로 잡았을 때, 갑상선암·제자리암 등 이른바 '유사암(소액암)'의 진단비 한도를 일반암의 20% 수준으로 강제 제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반암 진단비가 7,000만 원이라면 유사암 진단비는 고작 1,400만 원, 과거 상품의 경우 10%인 700만 원에 불과하다. 수술대에 누웠던 환자 입장에서는 암이 림프절로 전이(C77)되어 일반암 코드를 받았음에도, 원발암 조항에 묶여 7,000만 원 대신 700만 원을 받아야 하는 '진단비 절벽'을 마주하게 된다. 이 극단적인 금액 차이가 가입자들로 하여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설명의무 위반'을 주장하며 억지 소송전에 뛰어들게 만드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2. 리스크는 회피하고 한도만 틀어막은 꼼수 설계
업계는 "유사암은 발병률이 높고 치료비가 적게 들어 한도를 제한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이는 거대 자본이 리스크 관리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핑계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진정한 금융의 논리라면, 가입자가 원할 경우 일반암이든 유사암이든 동일한 한도(예: 5,000만 원)로 세팅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어야 한다. 유사암의 발병 확률이 높아 보험사의 손해율이 걱정된다면, 유사암 1,000만 원당 책정되는 '보험료 단가'를 그 위험도에 맞게 대폭 인상하여 정당하게 비용을 청구하면 될 일이다. 애초에 정당한 가격표를 매기는 대신, 무작정 가입 금액을 20%로 틀어막아 버린 업계의 편의주의적 상품 개편이 지금의 사태를 낳은 것이다.
3. 상품 구조 개편만이 소모적 분쟁의 해결책
결국 "전이됐으니 일반암 돈 내놔라" 식의 억지 민원과, "의료자문 동의해라" 식의 보험사 횡포를 끝내기 위해서는 상품 구조의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질병의 종류(일반/유사)에 따라 보장 금액을 보험사가 통제할 것이 아니라, 철저한 통계적 확률에 기반해 유사암의 보험료 단가를 현실화하고 보장 한도의 통제권은 소비자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소비자가 비싼 보험료를 지불하더라도 완벽한 보장을 원한다면 그에 맞는 자본 세팅을 허용하는 것. 그것만이 억지 소송으로 낭비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자본주의 시장 논리에 부합하는 유일한 해결책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