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과태료 방어용 소모품'이라는 잔인한 낙인: 장애인 고용의 위선과 자립의 사각지대
글 : 이건호 ( 금융전략 사령관 · 더블유에셋 금융전략가 · IIC/IRC 창시자 )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의 일자리를 논할 때, 기업들의 이면에는 차가운 계산기가 돌아간다.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이 장애인을 고용하는 진짜 목적은 인재 발굴이나 상생이 아니다. 법적 의무 고용률을 채워 수억 원에 달하는 '고용부담금(과태료)을 방어'하기 위한 비용 절감 수단일 뿐이다.
기업은 이들을 진정한 조직의 구성원으로 대우하기보다, 정해진 엑셀 표의 빈칸을 채우는 '숫자'나 법적 리스크를 막아주는 방패막이 정도로 취급한다. 이 냉혹한 구조 속에서 많은 장애인 노동자들은 스스로 그 좁은 박스 안에 갇혀 안주하기를 강요받는다.
1. 안마라는 울타리, 그 견고한 고립
시각장애인 노동 시장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답답함을 넘어 서글픔이 밀려온다. 물론 안마라는 직업은 타인의 고통을 덜어주는 숭고하고 가치 있는 노동이다. 하지만 그 이면을 보면, 한국 사회에서 시각장애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의 선택지가 국가적·구조적 한계로 인해 얼마나 극단적으로 제한되어 있는지 뼈저리게 느낀다.
안마사 외에는 사회적 편견과 물리적 장벽을 뚫고 과감하게 다른 전문직이나 세상의 거친 야생으로 도전하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어차피 우리는 안마밖에 못 한다"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유리가로막에 갇혀, 스스로 영토를 넓히기를 포기한 채 하나의 생존 통로에만 전전긍긍 목을 매고 있는 것이다.
2. "운전면허 수준"이라는 조롱, 그리고 뼈아픈 아이러니
최근 SNS상에서는 보험설계사 자격을 두고 "의사나 변호사 같은 사짜 직업 반열에 올리는 건 무리다", "설계사 코드는 운전면허 수준이 아니냐"며 비웃는 조롱 섞인 글들이 떠돈다.
물론 얄팍한 사은품이나 불법 대납으로 고객을 기만하는 하수 설계사들의 영업 행태를 보면 혀를 차게 된다. 하지만 그토록 남들에게 우습게 무시당하고 조롱받는 보험 영업이나 일반적인 경제 활동조차, 시각장애인 집단에게는 여전히 '넘볼 수 없는 미지의 벽'으로 남아있다.
누군가는 진입장벽이 낮다며 비웃는 그 평범한 직업적 도전조차 해보지 못한 채, 기업이 과태료 방어용으로 던져주는 헬스키퍼 자리에 만족하며 "장애인 의무 고용률을 채워주는 존재"로 소비되는 현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직시해야 할 잔인한 아이러니가 아닌가.
3. 편견의 박스를 부수고 영토를 확장하라
기업이 장애인을 '사람'이 아닌 '과태료 방어용 숫자'로 보게 만드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사회적 편견의 벽 앞에서 스스로 도전의 문을 닫아버린 우리 안의 타성에 있다.
안마사라는 숭고한 전문성을 지키면서도, 더 넓은 자본주의의 전선으로 발을 넓히는 것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남들이 진입장벽이 낮다고 비웃는 바닥일지라도, 그 안에서 철저한 팩트와 논리로 무장해 고객의 리스크를 방어하는 '전문가'로 거듭난다면 그 누구도 함부로 업신여길 수 없다.
구조가 만들어놓은 편견의 테두리 안에 스스로를 가두는 순간, 기업과 세상은 우리를 영원히 '과태료를 막아주는 소모품'으로만 대할 것이다. 안주하는 안마의 방을 박차고 나와, 차가운 자본의 시장에서 진짜 실력과 통찰로 부딪히는 도전정신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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