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호 칼럼] 스텐트와 항암치료가 사라지는 시대, 주요치료비 보험은 무엇을 보장할 것인가
글 : 이건호 ( 금융전략 사령관 · 더블유에셋 금융전략가 · IIC/IRC 창시자 )
보험은 미래의 위험을 준비하는 금융상품이다.
그런데 지금의 보험 시장을 보면 이상한 장면이 펼쳐진다. 앞으로 20년, 30년 뒤에 발생할 질병을 대비한다면서 정작 보장 구조는 현재의 치료 방식에만 묶어 놓고 있다.
혈전용해치료, 혈전제거술, 스텐트삽입술, 관상동맥우회술, 항암약물치료, 항암방사선치료.
요즘 보험사들이 말하는 이른바 ‘주요치료비’는 대부분 현재 의료 현장에서 시행되는 특정 치료 행위를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나는 묻고 싶다.
그 치료들이 20년 뒤에도 지금과 똑같이 시행될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앞으로 나노봇 의료기술이 발전한다면 혈관 속 혈전을 직접 찾아가 제거하거나, 혈관 벽의 손상 부위를 미세하게 복구하는 방식이 등장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처럼 혈전용해제를 투여하거나 스텐트를 삽입하는 치료가 크게 줄어들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시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
심장혈관이 막혔다고 해서 금속 스텐트를 삽입하는 시대가 끝나고, 나노기술이나 재생의학으로 혈관 자체를 복원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암 치료도 마찬가지다.
현재는 항암약물치료와 방사선치료가 대표적인 치료법이다. 그러나 미래에는 AI가 암세포의 특성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나노봇이나 유전자 치료 기술이 정상세포를 건드리지 않은 채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
야마나카 인자와 세포 재프로그래밍 기술이 발전한다면 손상된 세포를 젊은 상태로 되돌리거나, 문제가 생긴 조직을 재생하는 방식이 기존 치료를 대체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지금 보험사가 보장하는 항암약물치료와 항암방사선치료는 어떻게 되는가?
암은 분명히 발생했지만 항암제를 사용하지 않았다.
방사선치료도 받지 않았다.
기존 수술도 하지 않았다.
대신 전혀 새로운 나노치료, 세포치료, 유전자치료를 받았다.
그렇다면 현재의 주요치료비 특약은 과연 보험금을 지급할까?
바로 이 지점이 문제다.
주요치료비는 질병 자체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약관에 정해진 특정 치료 행위를 했을 때만 보험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질병에 걸렸더라도 보험사가 정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지급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의료기술이 발전할수록 치료 방법은 바뀐다.
하지만 보험 약관은 과거에 만들어진 치료 명칭과 기준에 묶여 있을 수 있다.
나는 이것이 장기 보험에서 매우 큰 위험이라고 본다.
20년 뒤에 받을 치료비를 준비한다면서, 2026년의 치료법에 보험금을 걸어놓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
반면 진단비는 다르다.
암 진단이 확정되면 치료 방법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약관상 조건에 따라 정액으로 지급된다. 뇌혈관질환이나 허혈성심장질환 역시 진단비 중심으로 준비하면, 스텐트를 하든 나노봇 치료를 받든 고객이 받은 현금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진단비는 치료 방법을 강요하지 않는다.
최신 치료비로 사용할 수도 있고, 치료 기간의 생활비로 사용할 수도 있다. 소득이 끊겼을 때 생계비로 쓸 수도 있으며, 보험에서 인정하지 않는 새로운 비급여 치료를 선택하는 자금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주요치료비보다 진단비를 중심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요치료비는 현재의 의료기술에 종속되어 있다.
진단비는 미래의 의료기술과 관계없이 현금의 선택권을 남겨준다.
혈전용해치료가 사라질 수도 있다.
스텐트삽입술이 사라질 수도 있다.
항암약물치료와 방사선치료가 지금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대체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질병으로 인한 소득 공백과 생활비 부담, 새로운 치료를 선택하기 위한 자금의 필요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보험은 치료의 이름을 맞히는 도박이 되어서는 안 된다.
앞으로 어떤 치료법이 살아남을지 예측해 특약을 쌓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의료기술이 등장하더라도 고객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현금을 준비해야 한다.
미래에는 병을 치료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미래 보험의 핵심은 치료 행위가 아니라 진단 이후의 선택권이다.
나는 고객에게 주요치료비의 개수보다 먼저 진단비의 크기를 묻는다.
보험사가 정한 치료를 받아야만 지급되는 돈보다, 진단 순간 내 통장에 들어오는 현금이 더 강력하기 때문이다.
#이건호칼럼 #진단비 #주요치료비 #암진단비 #뇌혈관진단비 #허혈성심장질환 #혈전용해치료 #스텐트삽입술 #항암약물치료 #항암방사선치료 #나노봇치료 #야마나카인자 #역노화기술 #미래의료 #보험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