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호 칼럼] 대한민국 사기 범죄 1위의 진짜 이유: '공짜 치즈'를 쫓는 1차원적 탐욕과 무지
글 : 이건호 ( 금융전략 사령관 · 더블유에셋 금융전략가 · IIC/IRC 창시자 )
얼마 전, 보험 관련 게시글에서 실로 기가 막힌 댓글 하나를 발견했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일회성으로 끝나는 진단비는 손해다. 보험료는 훨씬 저렴하면서 암 치료를 받을 때마다 계속해서 돈을 내어주는 치료비 특약이 진짜 좋은 보험이다."
나는 이 1차원적이고 순진해 빠진 댓글을 보며 헛웃음을 뱉는 동시에, 대한민국이 전 세계 사기 범죄율 압도적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뼈아픈 근본 원인을 다시 한번 마주했다. 저 기형적인 무지와 요행을 바라는 탐욕이야말로, 이 나라를 거대한 '사기 공화국'으로 굴러가게 하는 핵심 동력이기 때문이다.
룰을 읽으려면 '보험사의 입장'에서 역지사지하라
자본주의의 절대 명제가 하나 있다. "세상에 싸고 좋은 것은 없다."
이 냉혹한 판에서 호구가 되지 않으려면 가장 먼저 판을 깐 하우스, 즉 '보험사의 입장'에서 룰을 역지사지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수백 명의 엘리트 계리사들이 철저한 확률 통계로 마진을 뽑아내는 보험사가, 왜 진단비보다 훨씬 저렴한 값에 수천만 원의 항암 치료비를 약속하겠는가? 환자를 진심으로 걱정해서? 천만의 말씀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보험금을 많이 지급하게 되면 굳이 상품을 팔 이유가 없다.
결국 "어차피 너희가 이 까다로운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하여 돈을 받아 갈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는 계산이 이미 끝났기 때문이다. 막상 암에 걸려 청구하면 그들은 본색을 드러낸다. "직접 치료 목적이 아니다", "자문 의사의 소견이 필요하다"며 온갖 약관의 독소조항을 들이밀고 지급을 거절한다. 애초에 안 줄 궁리를 다 해놓았기에 미끼를 싸게 던진 것이다. 이것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보험료는 싼데 보장이 빵빵해서 좋다"며 덥석 무는 것은 스스로 호구를 자처하는 짓이다.
'가성비'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요행과 탐욕
대한민국에 유독 사기 피해자가 넘쳐나는 이유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보험 가입자들이 보여주는 "적게 내고 많이 받고 싶다"는 그 안일한 심리는, 폰지 사기(다단계)나 불법 사채에 당하는 피해자들의 심리와 완벽하게 똑같은 뿌리에서 나온다.
사기꾼의 미끼: "원금 손실 전혀 없이 매달 10%의 확정 이자를 드립니다."
원수사의 미끼: "커피 한 잔 값으로 매월 최신 항암 치료비를 보장해 드립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하이 리스크 없는 하이 리턴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치를 무시한 채, 노력이나 합당한 대가 없이 '가성비 좋은 기적'만을 바란다. 룰을 읽고 판의 구조를 분석하려는 생각은 1%도 없이, 눈앞에 찍힌 화려한 가짜 숫자에 뇌가 마비되어 자신의 피 같은 자본을 통째로 남의 손(보험사, 사기꾼)에 넘겨버리는 것이다.
통제권을 잃은 자의 말로는 비참하다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자들에게 서류도 없이 돈을 꽂아주는 사채업자의 미소가 훗날 살인적인 이자로 돌아오듯, 까다로운 조건 없이 헐값에 당신의 병원비를 책임져 주겠다는 보험사의 약속은 가장 절박한 순간에 '의료 자문'이라는 흉기가 되어 당신의 숨통을 끊어놓을 것이다.
판을 깐 하우스(보험사)의 입장에서 룰을 들여다보지 못하는 자는 평생 그들의 배를 불려주는 소모품으로 전락한다. 사기꾼이 던진 달콤한 독약이나, 거대 원수사가 던진 얄팍한 치료비 특약이나 본질은 같다.
진짜 위기가 닥쳤을 때 나를 지켜주는 것은 누군가의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야만 적선하듯 떨어지는 '조건부 푼돈'이 아니다. 어떠한 조건 없이, 내가 100% 통제하고 원할 때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마르지 않는 확정 현금(절대적 유동성)'뿐이다.
이 단순하고도 냉혹한 자본의 생리를 깨닫지 못하고 쥐덫 위의 '공짜 치즈'에 침을 흘리는 한, 대한민국에서 호구들을 노리는 사기극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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