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호 칼럼] 투표소의 촌극: 분노하는 하수와 미소로 판을 통제하는 '사령관'의 격차
글 : 이건호 (금융전략 사령관, IIC / IRC 창시자)
최근 시각장애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투표소 에피소드 하나가 내 시선을 끌었다. 시각장애인 유권자와 안내를 맡은 투표소 직원 사이에 벌어진 실랑이를 적은 글이었다.
안내인은 시각장애인용 '투표보장구' 사용법을 몰라 점자가 밑으로 가게 뒤집어 주거나 바닥에 까는 등 처참한 능지(지능)를 보여주었고, 급기야 기표소 안에서 기표 중인 유권자의 커튼을 들춰보는 아찔한 짓까지 저질렀다. 이에 폭발한 작성자는 "여기가 북한이야?! 도대체 교육이 어떻게 된 거야!"라며 투표장이 떠나가라 고함을 지르고 핏대를 세웠다는 내용이다.
이 글을 본 사람들은 대부분 "장애인에 대한 교육이 부족한 선관위의 문제"라며 같이 분노하고 동조했다. 하지만 나는 이 촌극을 완전히 다른 시선으로 해부하고자 한다. 이것은 단순한 장애인 인식 문제 이전에, '세상의 무지함을 마주했을 때 어떻게 판을 통제할 것인가'에 대한 하수와 사령관(타짜)의 극명한 격차를 보여주는 완벽한 교보재다.
1. 팩트 체크: 직원은 악당이 아니라 '무지한 앵무새'일 뿐이다
물론 선관위 말단 직원의 대처는 아찔할 정도로 멍청했다. 특히 기표 중인 커튼을 들춘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인 '비밀선거'를 파괴하는 중대한 직무유기다.
하지만 여기서 사령관의 냉철한 메타인지가 발동해야 한다. 그 직원이 시각장애인을 혐오하거나 무시하기 위해 일부러 그런 행동을 했을까? 절대 아니다. 그저 보험판의 앵무새(설계사)들이 본사 스크립트 외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그 직원 역시 '장애인 응대 매뉴얼'이라는 특수한 지식이 입력되지 않은 텅 빈 두개골이었을 뿐이다. 그들은 나쁜 것이 아니라 그저 모르는 것이다.
2. 하수의 함정: '피해의식'으로 스스로 판을 망치다
전문가나 특정 상황의 당사자가 가장 쉽게 빠지는 함정이 바로 '지식의 저주'다. 내게는 너무나 당연한 상식인데, 세상 사람들이 그걸 모를 때 속에서 천불이 나는 것이다.
작성자는 직원의 무지함을 '나에 대한 무시와 공격'으로 받아들였다. 투표보장구 구멍이 작아 잉크가 번지면 비밀투표가 침해된다는 그의 분석 자체는 매우 날카롭고 논리적이었다. 하지만 그 훌륭한 논리를 고함과 짜증, "여기가 북한이냐"는 극단적인 비아냥으로 표출하는 순간, 그는 억울하고 불쌍한 '피해자'의 프레임에 스스로를 가둬버렸다. 분노로 감정을 낭비하는 자는 결코 상황의 주도권을 쥘 수 없다.
3. 사령관의 셈법: "미소는 무지를 제압하는 가장 예리한 칼이다"
만약 진짜 판을 지배하는 '사령관'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버벅거리고 커튼을 들추는 직원의 얄팍한 능지를 속으로 비웃었을지언정, 겉으로는 절대 핏대를 세우지 않았을 것이다. 대신 가장 훈훈하고 여유로운 미소를 장착한 채 이렇게 판을 리드했을 것이다.
"아이고, 선생님. 보장구 구멍이 작아서 잉크가 가장자리에 번지면, 제가 누굴 찍었는지 다 들통나서 비밀투표가 안 되잖아요~ ㅎㅎ 그래서 제가 이 보장구는 확실히 찢어서 버릴 테니까 너무 놀라지 마세요!"
무지한 자에게 화를 내면 상대는 방어기제를 펴고 적이 된다. 하지만 논리적인 팩트에 부드러운 미소를 섞어 던지면, 상대는 자신의 무지함을 부끄러워하며 순순히 내 통제(Control)에 복종하게 된다.
4. 세상을 지배하려면 '분노' 대신 '통제력'을 쥐어라
나는 매일 보험판의 최전선에서 가장 기초적인 '고지의무'조차 모르는 숱한 호구들을 마주한다. 만약 내가 그들의 텅 빈 머리를 조롱하고 화를 냈다면, 나는 그들을 내 셈법 안으로 끌어들이지 못했을 것이다. 고수는 결코 대중의 무지를 탓하지 않는다. 그 무지함을 내 방식대로 조율하고 기어코 내 자본과 상황을 증식시키는 도구로 쓸 뿐이다.
세상 모든 사람이 당신의 사정을 알아줄 수는 없다. 무지함을 탓하며 징징대는 하수의 태도를 버려라. 진정한 사령관은 분노하지 않는다. 오직 압도적인 논리와 여유로운 미소로 멍청한 세상을 내 발밑에 무릎 꿇게 만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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