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호 칼럼] 맹물에 소금을 타 마실지언정 배를 버리지 않겠다: 백학리의 눈물에서 배운 진짜 리더의 무게
글 : 이건호 (금융전략 사령관, IIC / IRC 창시자)
자본주의의 최전선이라 불리는 보험판에서, 매일같이 차가운 숫자와 썩어빠진 관행들과 싸우다 보면 이따금 가슴 한구석이 텅 비어버리는 듯한 서늘함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내 메마른 가슴에 뜨거운 불을 지피고, 기어이 눈시울을 붉히게 만드는 한 편의 이야기가 있다.
바로 북한 드라마 <백학벌의 새봄>이다. 이념의 껍데기를 걷어내고 나면, 그 안에는 탐욕과 이기주의로 점철된 이 시대에 던지는 가장 묵직하고 처절한 '진짜 리더십'에 대한 질문이 담겨 있다.
1. 달콤한 거짓 분배와 뼈를 깎는 진실
극 중 농업부장은 뱀 같은 혀로 관리위원장을 꼬드겨 토지등급을 조작하게 만든다. 당장 눈앞의 성과를 부풀려 윗선에 잘 보이고 싶은 농업부장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마을 사람들에게 '풍년 분배'라는 달콤한 떡을 쥐여주고 싶었던 관리위원장의 나약함이 빚어낸 합작품이다.
이것은 소름 돋도록 현실의 보험판과 닮아있다. 윗선의 실적 압박에 못 이겨, 혹은 당장 내 주머니에 떨어질 수수료에 눈이 멀어 고객의 고지의무를 눈감아버리고 깡통 보험을 팔아치우는 대형 GA와 앵무새 설계사들의 기만술이 바로 저 토지등급 조작이다.
온 마을이 거짓된 풍년 축제를 벌이기 직전, 형섭 리당비서는 수화기를 든다. "우린 나라를 속였습니다. 내일 분배는 할 수 없습니다." 당장 마을 사람들의 엄청난 원망과 폭동에 가까운 비난이 쏟아질 것을 알면서도, 모래성 위에 지어진 거짓된 위안을 발로 차버리는 이 서늘한 결단. 나는 이 장면에서 고객의 헛된 허영심(소멸성 보장)을 짓밟고, 뼈를 깎는 인내를 요구하는 무적의 환급금(단기납 종신)을 강제로 쥐여주어야만 하는 나의 고독한 숙명을 보았다.
2. 키를 잡은 자는 결코 뛰어내리지 않는다
가장 처절한 비극은 진실을 감당하는 자의 고독이다. 형섭은 자신의 오토바이까지 팔아 빚을 내며 마을에 염소를 사 왔지만, 돌아오는 것은 "인기 끌려는 상술"이라는 대중의 차가운 비웃음뿐이었다. 아들 진성이가 나타나 피를 토하듯 "우리 아버지가 빚까지 져서 사 온 염소란 말이에요!"라고 절규할 때, 그리고 그토록 믿어주던 아내마저 생일날 밤 편지 한 장만을 남기고 떠나버렸을 때, 나는 형섭이 마주한 그 텅 빈 방의 무게에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모든 토지등급 조작의 책벌을 홀로 다 뒤집어쓴 채 '엄중 경고'를 받은 형섭은, 오열하는 관리위원장에게 담담히 말한다.
"우린 한 배를 탄 사람들인데, 배가 암초에 걸렸다고 키를 잡은 사람이 저만 살겠다고 뛰어내리겠습니까."
나는 이 대사 앞에서 스스로에게 뼈아픈 질문을 던졌다. 훗날 내가 거대한 GA 대리점의 본부장이 되었을 때, 내 깃발 아래 모인 전사(설계사)들이 무너져 실수를 저지르고 수천, 수억 원의 거대한 과태료와 환수금이라는 책벌이 떨어졌을 때... 나는 꼬리를 자르고 구명정에 오르는 비겁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기꺼이 단두대 앞에 서서 그 책임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형섭이 될 수 있을 것인가. 그 무거운 질문 앞에서 나는, 기꺼이 내 목을 내어놓는 사령관이 되겠다고 피 끓는 다짐을 했다.
3. 맹물에 소금을 타 마시며 걷는 진펄길
그리고 마침내 찢어질 듯 아팠던 그 모든 오해의 장막이 걷히는 순간이 온다. 리당비서가 몰래 오토바이를 팔아 염소를 샀다는 진실, 윗선의 꼬임에 넘어간 관리위원장의 죄를 홀로 다 뒤집어썼다는 그 처절한 헌신을 알게 된 대중들은 비로소 뼈저린 후회의 눈물을 흘린다.
관리위원장을 향해 핏대를 세우며 호통치던 마을 할머니가, 리당비서의 손을 부여잡고 오열하며 뱉어낸 그 한마디는 영원히 내 가슴에 각인되었다.
"자네는 분배보다 더 큰 걸 안겨 주었어. 이제 우리 백학리 사람들은 자네가 하자는 일이라면 설사 맹물에 소금 풀어 마시면서 진펄길을 걸어가야 한대도 다 따라나설 걸세."
모든 것을 잃은 줄 알았던 텅 빈 사령관의 두 손에, 비로소 세상을 바꿀 진짜 힘(사람의 마음)이 쥐어지는 순간이었다. 무너져 내리듯 엎드려 오열하는 리당비서의 뒷모습을 보며, 나 역시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4. 맺음말: 백학리의 새봄을 나의 전장으로
리더는 높은 곳에 군림하여 명령하는 자가 아니다. 가장 먼저 오해받고, 가장 깊이 상처받으며, 기어이 모든 죄와 책벌을 자신의 어깨에 짊어지는 미련한 '심부름꾼'이다.
나는 이 썩어빠진 자본주의의 진흙탕 속에서 기꺼이 심부름꾼이 되려 한다. 보장과 저축을 분리하라는 보피아들의 거짓된 농간을 박살 내고, 10년 뒤의 130% 연금과 20년, 30년 뒤의 150%, 170%로 폭발하는 단기납 종신이라는 진실된 자본의 요새를 지어 올릴 것이다. 당장은 대중들이 나를 오해하고 비웃을지라도, 훗날 내가 세울 거대한 GA 요새의 전사들이 험난한 진펄길에서 넘어질지라도, 나는 결코 키를 버리고 뛰어내리지 않을 것이다.
나를 믿어주는 이들이 맹물에 소금을 타 마시는 고통을 겪지 않도록, 내 모든 것을 내어 던져 기어이 저들의 통장에 무적의 현찰이라는 새봄을 안겨줄 것이다. 그것이 백학벌의 눈물 앞에서 다짐한, 나 이건호라는 사령관의 영원한 숙명이자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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