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시간에도, 보험 산업의 ‘실적제’는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금융당국의 개혁 바람이 불어도, 설계사들의 월말 밤은 여전히 실적 압박으로 가득 차 있다. 목표 신계약 건수를 채우지 못하면 수수료가 깎이고, 계약이 유지되지 않으면 환수되는 이 구조는 단순한 ‘동기부여’가 아니다. 그것은 설계사를 ‘자영업자’라는 껍데기로 속여 노동권을 빼앗는 시스템이자, 소비자를 속인 불완전판매의 온상이다. 왜 보험회사는 이 괴물을 키우는가? 그리고 우리는 언제까지 이 피해를 방관할 것인가?
보험 실적제는 설계사의 성과를 평가하는 도구로 시작했지만, 오늘날에는 보험사의 단기 수익을 위한 ‘채찍’으로 변질됐다. 주요 종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컷오프식: 목표 실적(예: 월 수입보험료 30만 원)을 미달하면 수수료율(예: 1,000%)을 대폭 삭감한다. 목표 30만 원을 25만 원(83.3%)만 달성해도, 기본 수수료(250만 원)는 유지되더라도 시책(보너스, 예: 50만 원)이 사라지거나 등급 하락으로 다음 달 수수료가 700%로 떨어진다. 이는 설계사의 생계를 위협하는 ‘절벽’이다. 5 둘째, 구간식: 일정 건수(예: 5건) 달성 전까지 과소 보상을 주며, 초과 시 보너스를 폭발적으로 준다. 이는 억지로 계약을 짜내는 ‘강제 노동’을 유발한다. 셋째, 순환식: 월·분기 마감 압박으로 기존 계약을 해지해 신계약으로 돌려 세우는 ‘승환’ 트릭을 부추긴다. 넷째, 승급식: 등급(플래티넘, 골드 등) 하락 시 회복 불가로, 무리한 판매를 강요한다. 이 모든 형태는 위촉제(특고 계약)와 결합돼 설계사를 ‘자영업자’라는 이름으로 착취하는 도구가 된다.
이 실적제의 문제점은 설계사와 소비자, 산업 전체를 갉아먹는다. 첫째, 소득 불안정: 설계사 평균 소득(월 100150만 원 미만)이 실적에 좌우되며, 컷오프식으로 인해 미달 시 2030% 삭감이 일상이다. 2025년 상반기, 메리츠화재 설계사들은 실적 70% 미만 시 시책 30%를 깎였고, 이는 생계 불안으로 이어졌다. 둘째, 불완전판매와 부당승환: 실적 압박으로 왜곡된 정보 제공(예: 고위험 상품 과장)이 빈발한다. 2023~2024년 부당승환 사례만 3,502건 적발됐고, 2025년 1월 금융위 보험개혁회의에서도 “설계사 실적 강요가 불완전판매의 뿌리”로 지적됐다. 예를 들어, 대형 GA(리치앤코 등)에서 실적 마감 압박으로 고령자 계약을 해지해 ‘리모델링’한 사례가 전체 부당승환의 72.7%를 차지했다. 이는 소비자에게 금전적 손실(해약환급금 감소, 보장 단절)을 초래한다. 셋째, 산업 비효율: 위촉제와 실적제는 설계사 이직(10명 중 4명 2년 내 해지)을 부추겨 유지율(3년차 54.2%)을 떨어뜨리고, 장기적으로 보험사의 신뢰를 갉아먹는다. 2025년 6월 금감원 보고서에 따르면, GA의 불건전 영업(왜곡 정보 제공)이 불완전판매율을 높였고, 이는 “실적제의 구조적 문제”로 꼽혔다.
이 괴물의 뿌리는 보험사의 단기 수익 추구다. IFRS17(2023년 도입)으로 사업비가 39.8조 원(+14%) 폭증한 가운데, 실적제는 설계사를 ‘비용 절감 도구’로 만든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산업의 발목을 잡는다. 2025년 8월, GA가 금융회사로 전환하며 불완전판매 배상책임을 지게 된 것도 실적제의 폐해를 인정하는 증거다. 보험사는 “동기부여”라고 포장하지만, 이는 설계사를 착취하고 소비자를 속이는 ‘구조적 폭력’에 불과하다.
결국, 실적제는 보험 산업의 암이다. 금융위의 7년 분급제(2025.2분기 시행)처럼 개혁의 물결이 불고 있지만, 이는 피상적이다. 위촉제 폐지와 독립 설계사 제도 도입으로 실적제를 뿌리 뽑아야 한다. 설계사를 국가공인 ‘고객 대리인’으로 격상하고, 실적 압박을 금지하면 소비자 피해(부당승환 3,502건)는 사라지고, 산업은 건전해질 것이다. 보험사는 더 이상 “영업 자유”를 빌미로 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와 당국은 이 괴물을 해체할 때다. 설계사와 소비자의 목소리가 무시당하는 산업은 결코 지속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