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호의 시사초점] 실손보험의 적자는 ‘연기’인가?… 주식회사 보험사가 완성한 합법적 완전 범죄
글 : 이건호 (금융플래너 / 더블유에셋)
보험업계를 지배하는 거대 자본, 이른바 ‘보피아(보험사 카르텔)’를 이해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그들이 ‘주식회사(Joint-stock company)’라는 사실이다. 주식회사의 존재 목적은 오직 하나, 이윤 극대화를 통해 주주의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 냉혹한 자본주의의 논리 속에서 보험사와 가입자의 이해관계는 결코 양립할 수 없는 ‘제로섬 게임’이 된다. 고객에게 지급되는 보험금이 늘어날수록 주주의 배당금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의도된 손해율, 덫을 놓은 자들의 소름 돋는 알리바이
우리는 실손보험의 손해율 폭발을 보험사의 경영 실수나 일부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로 치부해 왔다. 하지만 주식회사의 생리를 대입해 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그려진다. 보피아 놈들은 처음부터 실손보험이라는 독사과를 시장에 뿌리며 병원과 대중이 ‘푼돈 청구’의 달콤함에 중독되도록 유도했다.
여기서 가장 무서운 점은, 이 거대한 함정을 파놓고도 그들을 제재하거나 처벌할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보피아는 결코 병원이나 가입자에게 "과잉 청구를 하라"고 부추기거나 지시한 적이 없다. 그저 탐욕이 들끓도록 꿀단지의 뚜껑을 열어두고 방치했을 뿐이다. 쥐들이 스스로 덫에 걸려 허우적대면, 놈들은 멀리서 팔짱을 낀 채 "우리는 좋은 의도로 상품을 만들었는데 저들이 악용했다"며 완벽한 피해자 행세를 한다. 단 한 번의 직접적인 지시 없이 전 국민을 도덕적 해이의 늪에 빠뜨린, 자본주의 역사상 가장 완벽한 '합법적 완전 범죄'다.
심판의 호루라기까지 쥔 선수, '과잉 진료'의 잣대는 고무줄
더욱 경악스러운 진실은 룰(Rule)을 정하는 조물주의 권력마저 그들 손에 있다는 것이다. 손해율이 높아져 보험금을 삭감해야 할 때, 무엇이 '과잉 청구'이고 '과잉 수술'인지 판단하는 기준은 누구에게 있을까? 바로 보험사 자신이다.
경기장에 선수로 뛰고 있는 놈들이 심판의 호루라기까지 물고 있는 셈이다. 자신들의 금고 사정에 따라 어제까지는 정상 참작되던 치료가 오늘부터는 '자문의'의 펜대 하나로 "의학적 근거가 없는 과잉 진료"로 둔갑한다. 객관적인 잣대 따위는 없다. 기준은 오직 주식회사의 이윤을 방어하기 위해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어들 뿐이다. 소비자는 놈들이 자의적으로 휘두르는 '의료자문'과 '현장 심사'라는 칼날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노예가 되어버렸다.
진짜 타깃은 푼돈이 아닌 ‘고액 보험금’이다
보피아 놈들이 실손보험으로 다져놓은 이 무소불위의 권력은 결국 어디로 향할까? 그들의 진짜 타깃은 감기약 값이나 도수치료비 몇만 원이 아니다. 암, 뇌졸중 등 생사가 오가는 중증 질환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수천만 원에서 억 단위의 고액 보험금이다. 놈들은 "보험금 누수가 심각해 선량한 주주와 가입자가 피해를 본다"는 명분을 앞세워, 진짜 환자들의 정당한 진단비마저 무자비하게 후려친다. 합법적 강탈을 위한 완벽한 방패를 완성한 것이다.
가스라이팅을 멈추고 자본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보피아는 주식회사의 이름으로 당신의 공포와 푼돈에 대한 탐욕을 먹고 자란다. 놈들이 파놓은 실손보험이라는 치밀한 매트릭스에서 탈출하는 길은 명확하다. 자잘한 치료비는 스스로 통제 가능한 ‘비상금’으로 해결하는 ‘자가보험’의 영역으로 이동해야 한다. 그리고 보피아가 자의적인 기준으로 어떤 꼼수를 부려도 꼼짝없이 토해낼 수밖에 없는 ‘일반암 진단비 1억 원’ 같은 강력한 핵무기를 가입 단계부터 철저하게 세팅해야 한다.
보험은 금융의 탈을 쓴 치열한 전쟁이다. 스스로 룰을 지배하는 거대 자본의 함정을 통찰하고, 단기납 종신 등을 활용해 내 자본의 주도권을 되찾는 자만이 보피아의 약탈 시스템에서 생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