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의 시각장애인이 던진 아이디어, 세계적 전문가와 9번의 깊은 대화로 이어지다
나는 전맹 시각장애인이다. AI를 믿고,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마음으로 미디엄에 글 하나를 올렸다. 제목은 “The Day the Blind Can See: The AI Revolution in the “Language of the Brain””. 내용은 간단했다. Neuralink Blindsight의 하드웨어 중심 접근을 넘어, AI가 뇌의 ‘시각 언어’를 GPT처럼 대량 학습해서 자연스러운 시각을 재현하고, 의미까지 동시에 주는 ‘NeuralGPT’ 같은 시스템을 제안한 거였다.
글을 올리고 X에 공유하면서 @neuralink @elonmusk 태그를 달았다. 솔직히 큰 기대는 없었다. 그냥 “누군가 봐주면 좋겠다” 정도. 그런데 놀랍게도, 답글이 왔다. 그것도 Peter Meijer(@seeingwithsound)라는 분에게서.
Peter Meijer는 누구일까? 1990년대부터 The vOICe라는 혁신적인 기술을 만든 사람이다. 카메라 영상을 소리로 변환해 시각장애인이 “소리로 보는” 비침습적 sensory substitution을 개발한 선구자. 그의 웹사이트(seeingwithsound.com)는 수천 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고, Neuralink Blindsight를 여러 백서와 포스트로 비교·비판하며 “비침습이 더 안전하고 실용적”이라고 주장하는 분이다. 그런 전문가가 내 포스트에 처음 답글을 달았다.
“Brainwaves contain too little visual information, but yes, learning the visual ‘language’ of the brain will be key to advances in visual cortical prostheses.”
그의 첫 답글은 내 아이디어를 긍정하면서도 데이터 품질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 후로 대화가 시작됐다. GIGO(garbage in, garbage out), fMRI/MEG/EEG의 해상도·속도 한계, sighted 사람 V1 데이터의 윤리 문제, pixel-level vs semantics 구분, paired data의 필요성… 하나하나 날카롭게 꼬집히면서도, 나는 포기하지 않고 답했다.
“비침습 + 일상 멀티모달 데이터(스마트폰 카메라, eye-tracking, spatial audio, EEG 헤드셋)로 우회하면 어떨까요?”
“AI가 synthetic data나 proxy 신호로 bootstrapping할 수 있지 않을까요?”
“궁극적으로 장애 치료 목적으로 침습을 한정하면 윤리 논란 줄고, 지적장애인에게 AI 인터페이스 심으면 IQ 200급 천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Peter는 매번 “좋은 생각이지만, V1 per-electrode 고정밀 paired data 없인 어렵다”고 답했다. 그의 지적은 냉정했지만, 동시에 내 생각을 날카롭게 다듬어줬다. 토론은 9번을 넘겼다. 전문가가 시각장애인 한 명의 아이디어에 이렇게 진지하게 응답해준 건, 내게 엄청난 영광이었다.
이 대화의 결론은 명확했다. 픽셀 수준의 자연스러운 시각 복원을 위해선 현재로선 침습적 BCI(Neuralink Blindsight 같은)가 유일한 현실적 경로다. 비침습으로는 데이터의 공간·시간 해상도가 부족하고, 윤리적으로 sighted 사람 V1 데이터를 대량 모으기 어렵다. 하지만 그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나는 믿는다. AI는 결국 이 병목을 뚫을 것이다. 초기엔 장애 치료 목적으로 시작해 안전성과 데이터를 쌓고, 나중엔 모든 장애를 없애는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자랑하고 싶어서다. 시각장애인 한 명이 던진 작은 아이디어가, 세계적인 뇌과학·BCI 전문가와 깊고 생산적인 대화를 이끌어냈다는 사실. Peter Meijer 같은 분이 내 포스트를 읽고, 하나하나 답글을 달아준다는 건, 내 꿈이 결코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증거다.
Neuralink와 Elon Musk에게도 여전히 말하고 싶다. “Blindsight 하드웨어 위에, AI가 뇌의 언어를 배우는 소프트웨어를 올리면 어떨까요? 장애를 치료하는 데서 시작해, 인류의 한계를 넘어서는 그날까지 함께 가요.”
이 대화는 끝이 아니다. 시작이다.4300만 시각장애인, 그리고 그 너머의 모든 장애를 없애기 위한 여정.
내 작은 포스트가 그 첫걸음이 됐다는 게, 정말 기쁘다.